참여정부 2년 6개월, 대통령에게 듣는다
지난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KBS의 '참여정부 2년 6개월, 대통령에게 듣는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그동안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다음 링크를 통해서 전문을 볼 수 있으며, VOD도 볼 수 있다. 정부의 정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정치적인 입장과 상관없이 반드시 한번쯤 봐둘 것을 권장한다.
"불신과 적대의 문화 극복해야"
국민 책임-대통령 무책임론
이에 대한 프레시안의 칼럼, 盧의 무책임한 '국민 책임-대통령 무책임론'은 노 대통령이 (특히,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국민의 책임으로 돌리고, 대통령의 책임을 피하려고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박태견 프레시안 논설주간의 이 칼럼은 노 대통령의 의도를 전혀 다른 방향에서 해석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노 대통령 발언은 정치학계에서 흔히 '통치 불능 지지율'로 표현하는 '30% 미만 지지율'로 급락한 데 대해 대통령이 느끼고 있던 위기감이 얼마나 극심한가를 극명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여러 차례 비공식적 라인을 통해 자신을 '식물대통령'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옆나라 일본에서 최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져 밑바닥을 기던 지지율을 극적으로 반전시킨 데 대한 부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 발언은 그러나 보다 엄격히 말하면 국민에 대한 '도전장'이었다. 자신의 지지율이 왜 폭락했는지에 대한 '자성'을 하기보다는 '당신들이 그만 두라면 그만 둘 수도 있다'는 식으로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에 대한 '울분'을 토로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지지도 하락에 의한 정책 수행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단지 '울분'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토론이 필요하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 수준의 국민적 지지도를 가지고 내가 국민들에게 약속하고 또한 소신으로서 이루고자 하는 국정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데 대해서 다시 한번 우리가 검토를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문제를 놓고 과연 이 부분의 대답이 긍정적이지 않을 때, 책임정치의 원리에 맞지 않다거나 이대로 국정 수행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되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대통령 자리에 그냥 앉아서 2년 반의 계획을 계속 밝힌다, 앞으로 2년 반의 계획을 계속 밝힌다는 것을 과연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내가 대통령 자리에 연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해야 된다, 그것이 정직한 대통령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으로서, 양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국민들에게 이 문제를,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던질 거 뭐 있냐? 당신이 결단하라' 이렇게 말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제도가 내각제가 아니어서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통해서 재신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국민적 지지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대통령직을 불쑥 내놓는 것이, 그 또한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 확신이 없어서 굉장히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저는 우리 국민들과 정치권과 저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 학계, 언론계 다 함께 모여서 이 문제에 관해서 우리가 정면으로 한번 부닥쳐 보자. 우리가 29% 짜리 대통령과 함께 우리의 미래를 걱정해야 되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 국민적 토론이 난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오늘 그런 얘기를 중심에 놓고 경제 얘기도 좋고 정치 얘기도 좋고 사회 문제 얘기도 좋고 하나하나 얘기를 한 번 해 나가자, 이런 말씀을 드리고요. 여하튼 구체적인 모든 문제에 대해서 저 나름대로 이런 큰 틀에서 말씀을 드리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박태견 씨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나름대로 강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그동안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불만이 많았나보다. 낮은 지지도에 대한 정책 수행의 어려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노 대통령의 의도를 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과실을 들어 노 대통령의 무책임론으로 몰아가고있다.
노 대통령의 주장을 요약하면, 대통령 자신은 제대로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 했으나 자신만 빼고는 경제부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언론 등이 차 떼고 포 떼는 식으로 저항을 해 제대로 된 부동산정책을 펼 수 없었다는 '대통령 무책임론'에 다름 아니었다.
(중략)
노 대통령은 물론 1년여 뒤인 지난 6월24일 부동산값이 재폭등하며 비난 여론이 들끓자, "(지난해 그렇게 말했지만) 지나고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더라"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못 할 것도 없다"고 말을 바꾸긴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6.9 발언'은 결정적으로 주택가격 안정을 갈망하던 다수 국민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발언이었고, 그 후 부동산값 폭등의 결정적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런 노 대통령이 '대통령 무책임론'을 펴니, 과연 노 대통령이 '대통령 책임제'라는 헌정질서 아래 대통령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갖고 있으며 동시에 얼마나 큰 책임을 지고 있는가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반면에, 노 대통령은 시종일관 자신의 책임에 관해서 얘기하고 있으며 단지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신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을뿐이다. 그게 나쁜가? 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발언을 마무리하고 있다.
-제가 고심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무책임하게 행동할 생각은 없습니다. 뭔가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항상 책임 있게 행동하겠습니다.
-서두에 듣기에 따라서는 다소 충격적인 말로 들렸을지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이와 같은 문제를 내놓고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제왕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들과 진지하게 우리가 얘기하는 이런 것이 필요하다, 다 속셈 숨겨놓고 점잖게만, 복잡한 대상 가지고 이렇게 얘기하는 방식으로 한다고 우리가 딱 이 문제를 다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제가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은 약속은 책임 있게, 앞으로 언제라도 책임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 박태견 씨는 노 대통령이 국민들을 모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직할권에 있는 정부와 열린우리당을 비난하는 동시에, 건설족 언론에 끌려다니는 국민을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 발언이 있기 직전 실시된 한 여론조사는 대통령의 국민 비난이 얼마나 국민 모독적 발언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 내일신문>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이 신문이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를 통해 서울시민 6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고 1가구 2주택자에 대해 양도세를 중과하는 정책에 대해 서울시민의 62.3%가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찬성비율은 서울 강북(62.2%)과 강남(64.7%)로 도리어 강남에서 찬성 여론이 높았다. 작금의 부동산값 폭등이 한국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갈 것이라는 위기감의 결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이 매도하듯, 국민이 '세금 폭탄' 운운하며 저항을 조직하려는 건설족 언론에 끌려다니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다.
노 대통령이 또하나 주목해야 되는 여론조사 내용은 '정부의 8.31 부동산 종합대책이 아파트값 안정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이다. 전체의 6할 이상이 세금 강화에 찬성하면서도 전체 응답자 중 34.2%만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답했고 61%는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응답했다. 세금만을 갖고 부동산폭등을 잡으려는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의 표현인 것이다.
무슨 말인가? 노 대통령의 얘기를 제대로 듣기라도 했는가?
-(사후처방 식 뒷북행정으로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랐다는 지적에 대해) 뒷북행정, 힘들어간 행정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내성,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부동산 정책은 어렵습니다. 역대 정부가 계속해서 실패했습니다. 왜 실패했느냐 하면, 저항 때문입니다.
-부동산 가진 사람들이거나, 어쨌든 부동산 부자들 쪽의 여론이 그렇습니다. 원론에서, 총론에서는 다 찬성하다가 각론을 만들 때 '그것은 결국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세금폭탄이다, 또 그것은 시장원리에 위배된다, 그것은 헌법에 위배된다'..., 각종 각론적 반대를 들고 나와 가지고 주저 앉혀 버립니다.
-정부가 정책을 끄집어 낼 때, 총론 끄집어 낼 때는 전부 박수 소리가 나오니까 기분 좋아서 '되겠구나' 자신을 가지고 부동산정책을 입안합니다. 하다가 나중에 하나씩 하나씩 가면서 그야말로 (일부 언론의) 폭탄을 맞아서, 지난 18일경부터 언론 보도들을 한번 보십시오.
-그러면 '아, 정부의 부동산정책 때문에 내 세금 올라가겠구나' 관계없는 서민들도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어져 있고, '아, 저거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것 아니냐?'.... 국민 생활을 위해서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지 시장을 위해서 국민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국민 경제가 먼저 있고, 그 국민 경제를 운용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시장이기 때문에 시장인 것이고, 시장에서 실패한 것은 국가가 정책으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해 주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이 부동산이야말로 시장이 완전히 실패한 영역입니다.
어째서 이 얘기가 국민들을 모독하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노 대통령은 그저 상식적인 얘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과연 노 대통령의 이번 '8.25 발언'이 앞으로 어떤 발전과정을 거쳐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는 좀더 냉정히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단 하나 분명한 사실은 함부로 국민을 매도해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참여정부가 출범 당시 내세웠던 캐치프레이즈가 "국민이 대통령"임을 노 대통령이 잊지 않았다면 말이다.
노 대통령은 발언 내내 국민이 대통령임을 강조하며, 민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단, 노 대통령은 민심을 제대로 해석해야한다고 얘기하고 있을 뿐이다.
-'백성은 군주의 하늘이다, 또 백성은 바다요, 군주는 배라서 백성이 노하면 그 배를 뒤집어버린다' 이것도 아마 그분 말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역사에서 백성은 항상 옳은 결론으로 걸어갔습니다. 옳은 결론으로 걸어갔는데, 실제에 있어서 현실에 있어서 단기적으로 보아서는 그것이 항상 옳은 쪽에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역사에서 백성이 옳은 방향으로 가는데 항상 수백 년이 걸립니다. 수백 년, 백성은 엉뚱한데 가가지고 엉뚱한데 힘 실어주고 봉사하고 이렇게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한번 와서 딱 뒤집어놓고 '내가 옳았지?' 이렇게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민심을 읽을 때 항상 중요하게 읽어야 됩니다.
박태견 씨는 부동산 정책 부분에서의 자신의 반대를 표출하기 위해서, 노 대통령의 발언을 노 대통령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악의적으로 왜곡하여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가 조중동과 다를게 무엇인가? 프레시안에 이런 수준의 칼럼이 실리다니 아주 실망스럽다.